난청과 인지기능의 한계, 단순한 청력보다 중요한 '청각처리 능력'

난청과 인지기능의 관계, 단순한 청력보다 중요한 ‘청각처리 능력’

난청과 인지기능의 관계 및 청각처리 능력을 보여주는 이미지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흔히 “귀가 잘 안 들려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청각학 연구에서는 우리가 소리를 얼마나 크게 들을 수 있는지만큼이나 들어온 소리를 뇌가 어떻게 구분하고 처리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이야기하거나 주변에 소음이 있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기 어려운 문제는 단순한 청력 저하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근 Audiology Research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일반적인 청력 수준과 청각처리 능력, 그리고 여러 인지기능 사이의 관계를 비교했습니다.

핵심 내용
단순한 순음청력보다 양쪽 귀로 동시에 들어오는 정보를 구분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일부 인지기능과 더 밀접한 관계를 보였습니다.

청력과 인지기능은 왜 함께 살펴봐야 할까?

청력과 인지기능은 서로 완전히 별개의 기능처럼 보이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단순히 소리를 귀로 받아들이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귀로 들어온 음향 정보는 청각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되고, 뇌는 그중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고 기억하며 의미를 해석합니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두 사람이 대화를 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주변에는 여러 사람의 목소리와 식기 부딪히는 소리, 음악 소리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이때 우리는 수많은 소리 가운데 상대방의 목소리를 선택적으로 듣고 그 내용을 이해해야 합니다.

따라서 실제 생활에서의 ‘듣기’는 단순한 청력뿐 아니라 주의력, 기억력, 처리속도, 실행기능과 같은 인지적 과정도 함께 사용합니다.

이번 연구에는 몇 명이 참여했을까?

이번 연구에는 평균 연령 약 73세의 노년층 99명이 참여했습니다. 참가자의 연령은 60세에서 92세 사이였습니다.

연구진은 참가자의 청각 기능을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평가했습니다.

  • PTA4 : 500Hz, 1000Hz, 2000Hz, 4000Hz의 청력역치를 평균하여 일반적인 말소리 영역의 청력 수준을 평가
  • DSI : 양쪽 귀에 동시에 서로 다른 문장을 들려주고 이를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하는지를 평가하여 양이 청각처리 능력을 확인

또한 인지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MoCA와 Cogstate Brief Battery(CBB)를 사용했습니다.

MoCA는 기억력, 주의력, 실행기능, 언어능력, 시공간 기능 등 다양한 인지 영역을 평가하는 검사이며, CBB 역시 여러 인지 영역을 평가할 수 있는 검사입니다.

일반적인 청력검사와 청각처리 검사는 무엇이 다를까?

노년층의 순음청력검사와 청력 평가

일반적인 순음청력검사는 각 주파수에서 얼마나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쉽게 말하면 “얼마나 작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검사입니다.

반면 청각처리 능력은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여러 소리가 동시에 들어올 때 필요한 소리를 얼마나 잘 구별하고 이해할 수 있는가?”에 더 가깝습니다.

따라서 순음청력검사 결과가 비슷하더라도 실제 대화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용한 방에서는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지만 식당이나 모임에서는 말소리를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단순한 청력역치뿐 아니라 말소리를 구별하고 처리하는 능력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결과

조용한 환경과 소음 환경에서 말소리를 구분하는 청각처리 능력

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DSI로 평가한 양이 청각처리 능력이 PTA4보다 여러 인지기능과 더 강한 관련성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연구진이 실시한 다변량 분석에서 DSI는 전체 인지 측정과 CBB 결과를 예측하는 유의한 변수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일반적인 청력 수준을 나타내는 PTA4는 같은 분석에서 유의한 예측변수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DSI와 CBB의 Groton Maze 검사 사이에서는 중간 정도의 상관관계가 관찰되었습니다.

또한 DSI는 주의력, 실행기능, 학습과 기억, 시공간 기능 및 전체적인 인지능력과도 약한 수준이지만 의미 있는 관계를 보였습니다.

반면 PTA4는 일부 인지검사와 약한 관계를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DSI보다 관련성이 적었습니다.

왜 ‘양쪽 귀로 듣는 능력’이 중요할까?

우리의 일상적인 청취 환경은 대부분 한 가지 소리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족과 식사를 하면서 TV를 보고 있을 수도 있고, 카페에서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대화를 동시에 들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양쪽 귀로 들어오는 여러 음향 정보를 뇌가 통합하고, 필요한 소리를 선택해야 합니다.

특히 서로 다른 정보가 양쪽 귀에 동시에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단순히 소리를 감지하는 능력보다 주의를 기울이고, 경쟁하는 소리를 분리하고,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능력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러한 양이 청각처리 능력이 일부 인지기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난청이 치매를 일으킨다는 뜻일까?

그렇게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연구는 청각기능과 인지기능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이며, 청력 저하나 특정 청각처리 능력의 저하가 직접적으로 치매를 발생시킨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연구진 역시 향후에는 청각기능과 인지기능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확인하는 장기 추적 연구와 청각재활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는 “난청 = 치매”라고 해석하기보다는 청각 건강과 뇌 건강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두 영역을 함께 살펴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청력검사에서 무엇을 확인하는 것이 좋을까?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중요한 부분은 청력을 단순히 ‘몇 dB인가’라는 숫자 하나로만 이해하기에는 실제 듣기 능력이 훨씬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청력검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항목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순음청력검사
  • 기도 및 골도 청력검사
  • 어음청력검사
  • 어음인지 및 말소리 이해 능력
  • 좌우 귀의 청력 차이
  • 필요한 경우 소음 환경에서의 말소리 이해 능력

특히 “소리는 들리는데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조용한 곳에서는 괜찮은데 여러 사람이 모이면 대화가 어렵다”, “TV 소리는 들리지만 내용을 자주 놓친다”와 같은 불편함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청력역치뿐 아니라 실제 의사소통 능력을 함께 평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보청기를 선택할 때도 중요한 이유

조용한 환경과 소음 환경에서 말소리를 구분하는 청각처리 능력

보청기의 목적을 단순히 소리를 크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보청기 적합에서는 개인의 청력 상태뿐 아니라 평소 생활환경과 의사소통 상황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조용하게 생활하는 사람과 직장이나 모임에서 여러 사람과 대화하는 사람은 같은 청력검사 결과를 가지고 있더라도 필요한 청취 지원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청기 상담과 적합 과정에서는 청력검사 결과뿐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가장 듣기 어려운지, 누구와 대화할 때 불편한지, 소음 속에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지 등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연구가 알려주는 핵심 3가지

  1. 청력은 단순히 소리를 크게 듣는 능력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2. 양쪽 귀로 들어오는 정보를 구분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인지기능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3. 청력과 인지기능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마무리: ‘잘 듣는 것’에서 ‘잘 이해하는 것’으로

귀에서 청각신경을 거쳐 뇌에서 청각정보를 처리하는 과정

이번 연구는 우리가 청각 건강을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 넓혀줍니다.

청력검사에서 확인되는 청력역치는 분명 중요한 정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경험하는 듣기는 그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주변 소음 속에서 상대방의 말을 선택하고, 여러 소리를 구분하고, 들은 내용을 기억하고 이해하는 과정에는 귀뿐만 아니라 뇌의 다양한 기능이 함께 관여합니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단순히 “귀가 잘 안 들린다”는 문제만 확인하기보다는 실제 의사소통에서 어떤 상황이 어려운지, 소음 속에서 말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지, 청력 저하가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최근 들어 대화 중 말을 자주 놓치거나, TV 볼륨을 계속 높이거나, 조용한 곳에서는 괜찮지만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대화하기 어려워졌다면 자신의 청력 상태를 한 번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청력은 단순히 ‘소리를 듣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는 중요한 감각입니다.

※ 이 글은 2026년 9월 3일 Audiology Research에 게재된 연구 내용을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재구성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특정 질환이나 치매 여부를 진단하거나 예측하기 위한 의료적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연구 출처

Mullins, K.; Lister, J.J.; Bush, A.L.H.; Conover, L.; Sadeq, N. “Relationships Among Hearing, Auditory Processing, and Cognition: A Study of Older Adults.” Audiology Research, 2026, 16(5), 131.

DOI: 10.3390/audiolres160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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